In Jena: Week 179 (베이징, 춘휘네, 한국 입국, 가게 도와드리기)

· ☕ 8 min read · ✍️ Hoontaek Lee

이번 주는…

  • 중국: 춘휘 부모님&삼촌 식구와 저녁 훠궈, 다른 가족들과 점심 식사
  • 한국: 도착, 가게 일 도와드리기

2024. 02. 05. 월요일

베이징으로 날아갔다. 이번 비행 중에는 웬일로 잠을 별로 안 잤다. 대신 오랜만의 스도쿠. 새로운 스킬을 익혀서 난이도 하드 문제도 시간이 좀 걸리지만 풀 수 있게 되었다.

베이징 도착해서 기차 시간까지 두 시간 반 정도가 있었다. 짐을 일단 근처에 유료로 맡겨두고 춘휘 졸졸 따라다니며 베이징 구경했다. 중국 사람들이 새해에 많이 찾는 사원?을 갈까 했는데, 웬일 줄이 엄청 길어서 바로 포기했다. 근처 푸드코트를 찾아서 아침을 가볍게 해결했다. 신 맛이 나는 국물에 쫄면같은 면발이 있는 내가 좋아하는 국수, 찐빵 같은 느낌의 만두, 그리고 꿀떡 같은 걸 막걸리 (?)에 말아먹는 요리. 진짜 막걸리 같은 술 냄새가 나서 좀 당황했다. 이거 전부해서 4~5 유로 (5~7천 원). 역시 중국 물가는 싸다. 밥 다 먹은 후 따릉이 같은 공용 자전거 빌려 타고 구경 다녔다. 카페, 간식 가게, 기념품 점 등이 모여있는 작은 골목길에 들렀다. 여러가지 맛의 인절미?를 팔길래 하나 샀다. 골목을 벗어나서는 먹거리 등이 모여있는 한 시장?에 갔다. 한 하천과 작은 다리가 있고, 그 주변에 형성된 상가다. 쭉 지나가면서 구경한 후 기차타러 복귀했다. 독일 공항 파업이 아쉬울 따름이다. 베이징의 기차역은 사람으로 가득 차 있었다. 춘휘가 자주 사간다는 문케잌 종류의 여러 모양+다른 맛 케잌을 파는 가게에서 두어 개 정도 케잌을 골라봤다. 이날 기차가 좀 지연됐다. 여기 기차가 지연되는 건 춘휘도 처음 보는 일이라고 한다.

두 시간 반 타고 타이안 역에 도착. 여기서 춘휘 부모님이 꽃다발+과일 간식과 함께 맞아주셨다. 부모님 차 타고 1시간 반 정도 달려서 춘휘 사는 도시에 도착했다. 바로 저녁 먹으러 훠궈 집으로 직행했다. 춘휘 삼촌과 사촌 동생 두 명이 함께했다. 동생 한 명은 군인이고, 다른 한 명은 7~8살 쯤 되는 여자 아이였다. 여자 아이는 전에 춘휘에게 말한대로 자기가 가진 초콜릿 20개 중 5개를 춘휘에게 선물로 줬다. 나도 이 동생에게 독일에서 산 어린이용 영양제를 선물로 줬다. 하지만 불량 제품이었는지, 뚜껑이 열리지를 않았다. 나랑 군인 동생은 끙끙대며 열기를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다음 날 다른 것으로 바꿔주기로 했다.

훠궈 맛있게 먹고 춘휘네 집으로 갔다. 춘휘는 드디어 아이폰을 새걸로 바꿨다. 아버지 제자 중에 관련 분야 종사하는 분이 있어서 싸게 샀다고 한다. 굳. 춘휘 아버지가 나를 위해 영어 공부를 하셔서 회화가 조금 가능했다. 집 구경을 좀 시켜주셨다. 춘휘 어머니가 십자수로 짠 푸른 장미가 벽걸이 장식으로 달려 있었다. 식탁 근처에 놓인 트로피는 춘휘 아버지가 학생들에게 받은 인기상이라고 자랑스럽게? 소개 해주셨다. 우리 온다고 해서 춘휘 아버지께서 춘휘 방의 보일러를 손 보셨다. 화장실 양수기도 직접 설계하신 듯하다. 이런 거 잘 만드시는 듯. 춘휘 어머니께서는 우리 입을 파자마를 미리 사 두셨다. 갈아입고 바로 피곤이 몰려왔다. 비행기에서 거의 안 잔 덕분에 잠이 부족한 상태였다. 샤워하고 잘 준비를 했다.

2024. 02. 06. 화요일

거의 10시간 수면 중인 우리를 부모님이 깨우셨다. 점심 먹으러 가기 전에 간단히 뭐라도 먹이고 싶으셨던 모양이다. 콩국물 비슷한 걸 마시고, 씻고, 바로 점심 먹으러 갈 준비를 했다. 춘휘 집 근처에 춘휘가 다녔던 + 춘휘 아버지가 다니는 고등학교가 있었고, 그 근처에 춘휘 할아버지가 살고 계셨다. 거기서 할아버지와 어제 봤던 삼촌 가족, 이모와 이모부 등을 만났다. 그리고는 같이 점심 장소로 이동했다.

중국식 회전 탁자에는 여러 요리가 있었고, 종업원이 요리를 더 놓는 중이었다. 아무래도 내 바로 앞에 놓인 전갈 튀김과 벌 애벌레 튀김이 눈에 띄었다. 둘 다 그럭저럭 고소한 맛이다.

여러 음식과 함께 고량주도 놓여 있었다. 나랑 삼촌, 이모부는 고량주를 마셨고, 춘휘 아버지는 맥주를 마셨다. 고량주를 두세 잔 마셔본 적은 있지만, 고량주로 술자리를 해보는 건 처음이었다. 삼촌과 이모부, 아버지 (+ 할아버지)께서 돌아가며 건배사를 했다. 한 명 당 한 번 이상은 한 것 같다. 그 때마다 같이 마셨다. 춘휘가 옆에서 통역을 해줬다. 대부분이 나와 내 가족 건강을 비는 내용이 포함 돼있었다. 어르신들께서 술을 강요하시진 않았지만, 분위기는 맞추고 싶었고, 실제로 조금 어지러울 뿐 별로 취한 것 같지도 않았다. 이때 이미 멈췄어야 했는데. 밥 먹고 일어난 후 기억이 없다. 이 다음 기억나는 건 춘휘 부모님 차 타기 전에? 구토한 거, 그리고 눈 떠보니 응급실에 누워있었다. 왼손등에 링거 꽂혀 있는 것도 몰랐다. 나중에 들어보니 오른손에 먼저 꽂았는데, 피가 나오지 않아서 왼쪽으로 바꿨단다. 좀 더 쉬다가 춘휘 집에 돌아왔다. 집에서도 구토를 몇 번 더 하고 누워 잤다. 저녁 즈음 한 번 일어나서 죽을 좀 먹고 다시 잤다. 후유증이 이렇게 심할 줄이야. 춘휘 어머니 말로는, 고량주는 어지럼증을 느끼기 시작할 때 이미 그만 둬야 한다고 한다. 소주랑은 리듬이 아주 다른 듯하다.

2024. 02. 07. 수요일

아침 기차를 타야 했기 때문에 일찍 일어났다. 안 그래도 짧게 머무는데, 그나마 와서 한 게 먹고 잔 것 뿐이다. (…) 춘휘 어머니는 새벽부터 일어나서 만두를 빚고 계셨다. 아버지는 만두 삶고 계셨다. 주방의 화력이 꽤 강했다. 만두 준비되는 동안 자느라 못 한 걸 조금이라도 해봤다. 첫 날 왔을 때 앨범이 있었는데, 조금 보고 피곤해서 잤었다. 다시 열어서 급하게 몇몇을 사진 찍어뒀다. 전날 저녁에 비하면 좁쌀죽도 잘 넘어갔고 죽 외의 것도 넘길 수 있었다. 만두는 한국의 김치만두와 좀 다르지만 그래도 맛있었다. 만두피가 부드럽게 잘 넘어갔다. 두부 말린 반찬도 같이 먹었다. 어머니께서 내 점심 도시락을 싸주셨다. 꽃빵, 사과&망고, 그 두부 말린 반찬, 돼지갈비. 거기에 용돈도 주시고, 집에 가져다드릴 술과 밑반찬도 챙겨주셨다. 기차표는 공항으로 직행하는 것으로 구해주셨다. 기차역에서 인사를 나누고 칭다오 공항으로 향했다. 소중한 하루를 침대에서 보내서 죄송했다. 다음에는 시간을 더 유용하게 쓰고 싶다.

칭다오 공항에서 준서 줄 우량예 한 병 샀다. 이 술 때문에 누나 아빠와 함께 밤에 두 시간을 소비했고, 과속 과태료까지 부과했다. 이때는 모르던 미래의 일.

한국 도착하자마자 집에 어떻게 갈지 방법을 찾아야 했다. 지하철을 타려 했으나, 교통카드는 현금으로 충전해야 한단다. 한국에서 현금이 필요할 줄은 생각도 못 했다. 독일보다 더 하네. 공항에서 성남가는 버스는 예약제로 바뀌었는데, 다 매진이다. 거의 한 시간 반 뒤 버스를 해외카드로 결제했으나, 버스가 도착을 못 해서 다음 버스를 기다려야 했다. 거의 10시 다 돼서 도착했다. 어찌어찌 집을 잘 찾아 들어갔다. 인사를 드리고, 김치찌개와 김치를 먹으려는 찰나 준서 줄 술을 버스에 놓고 내린 게 생각났다. 버스 회사에 전화해서 차고지로 찾아가겠다고 한 후 일단 밥을 먹었다. 밥 먹고서 아빠, 누나와 같이 차고지로 갔는데, 어디인지 찾기가 너무 힘들었다. 차고지 직원 아저씨는 길 설명을 너무 못한다. 설명과 별개로 알아서 겨우 찾아갔고 다행히 술을 가지고 돌아올 수 있었다. 집 다시 돌아와서 짐 풀고…하니 밤이 너무 늦었다.

2024. 02. 08. 목요일

점심시간에 기상, 김치찌개와 김치로 점심을 해결했다. 작년 12월 말부터 아직도 감기를 달고 있기 때문에 (감기가 맞나?) 병원을 들렀다. 그리고 우람이 보러 구로디지털단지로 갔다. 우람이는 역 근처 한 제과점으로 나를 데려갔다. 던킨 알바할 때 알게 된 누님인데, 지금은 제과점을 운영하고 계신다고 한다. 하은 씨 줄 쿠키&빵을 사고 나에게도 내가 고른만큼 사줬다. 집에 와서 먹어보니 아주 맛있었다. 근처 카페에서 수다 좀 떨다가 집에 돌아왔다. 우람이는 가전제품 분야에서 일하지만, 여기도 탄소중립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게 신기했다. 각 정부가 기후변화 협약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는 게 보였고, 그 영향력을 공대생과 대화하면서 느낄 수 있었다.

2024. 02. 09. 금요일

삼촌 가게 일을 하루 도와드렸다. 용재 친구가 일을 할 수 없는 날이어서 일손이 빈다고 했다. 꽁꽁 차려입고 엄마랑 같이 가게로 갔다. 아침에는 다른 소매업 사장님들이 많이 오는 듯했다. 박스 나르는 일이 많았다. 물론 중간중간 손님도 있고. 어찌어찌 일하다보니 벌써 브런치 시간. 외숙모가 어떻게 문 연 식당을 찾아서 한우국밥을 싸오셨다. 맛나게 흡입하고 다시 일했다. 일을 하다보니 물건들 가격이 좀 외워졌다. 덕분에 손님들에게 잘 팔 수 있었다. 사과 박스 만드는 작업도 하고 용재랑 지게차 몰아보기도 하고… 손님들 받다 보니 금방 하루가 갔다. 물론 중간중간 나비 구경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난롯가에 마련된 자기 자리에서 잘 쉬기도 했고, 햇빛 강해지면 나가서 쉬기도 했다. 고양이는 고양이다. 밖에는 나비 말고도 다른 고양이가 세네 마리 더 있었다. 어디 있다가 나타났는지. 퇴근하면서 아침에 찍은 사진과 비교해보니 확실히 많이 판 것 같았다. 굳.

2024. 02. 10. 금요일

밤낮이 바뀌어버렸다. 점심 지나서 일어났다. 밀린 블로그 이 주 분량을 쓰고 나니 저녁 시간이다.

2024. 02. 11. 일요일

저녁에 명광이 (재헌이에서 개명), 민원이, 성신이를 만났다. 고깃집에서, 그리고 할리스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옛날 이야기, 요즘 사는 이야기.

그 외…

혜인 씨가 보내준 모찌 사진들. 역시나 잘 지내고 있다.

다음 주는…

  • 사람들 만나기
  • 춘휘 한국 입국
Share on

Hoontaek Lee
WRITTEN BY
Hoontaek Lee
Tree-Forest-Climate Researcher

What's on this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