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Jena: Week 177 (스키@체코)

· ☕ 9 min read · ✍️ Hoontaek Lee

이번 주는…

  • Write draft of the 2nd study
  • 스키@체코

휴가 가기 전에 최대한 드래프트 작성 중…

날씨가 영아 10도 이하로 엄청 춥다가 갑자기 영상 10도 가까이로 변했다. 그 많던 눈은 하루이틀만에 녹아버렸다.

2024. 01. 26~28. 금~일요일

2박 3일 스키. 독일 동쪽 국경 근처 체코의 한 스키장에 갔다. 스페인 슈퍼컴퓨터 센터 연구원인 스테파노와 라파엘이 우리 연구소를 방문 중이었는데, 방문객이 있는 김에 마쿠스가 이 스키캠프를 기획했다.

차를 빌려서 친구들 3명이랑 같이 갔다. 나, 춘휘, 완통, 조지. 신고 같이 가기로 했지만, 허리 부상 때문에 이탈했다. 신 대신 제이크의 스노우보드를 차에 태웠다. 이번에 빌린 차는 스코다. 체코 차인데, 나쁘지 않았다. 너무 팬시해서 유에스비 포트가 없는 건 단점. C 타입만 있더라. 약 두 시간 달려서 도착했다. 마쿠스가 스키장 내 게스트하우스를 통째로 빌렸다. 우리가 가장 먼저 도착했는데, 아직 문이 잠겨 있었고, 큰 강아지 두 마리가 짖으면서 반겨줬다. 다행히 본 건물 옆 작은 사우나 건물이 열려있었다. 거기에 짐 풀고 옷 갈아입었다.

우리가 일찍 온 이유는 점심 즘에 수업을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나, 춘휘, 완통 (+신)은 스키가 처음이기 때문에 초보자 강의를 미리 예약했다. 조지는 초보자가 아니라서 따로 탈 예정. 나는 한국에서 스노보드를 두어 번 탔었지만, 스키도 타보고 싶어서 이번엔 스키로 결정했다. 첫 날에 배운 건 스키에 익숙해지와 기본 동작. 스키 신는 법, 좌우로, 앞으로, 오르막길 걷는 법, 피자 만들어서 직선으로 내려오면서 속도 줄이고 멈추는 법, 피자 만들어서 좌우로 무게중심을 옮겨서 방향을 바꾸며 슬로프 내려오는 법을 익혔다. 핵심은 피자 만들 때 무릎 굽혀 자세 낮추기+엄지발가락 중심으로 힘 주기.

수업 끝나고 바로 식당으로 갔다. 점심을 못 먹고 수업들었다. 수업 중에는 몰랐지만, 끝나고나니 매우 배고파졌다. 슈니첼과 감자퓨레를 시켰다. 전에 프라하 왔을 때도 느낀 거지만, 독일 음식과 비슷하면서도 더 맛있다. 특히 감자 퓨레가 부드러워서 좋았다. 먹고나니 바로 피곤해졌다. 그 날은 원래 9시?반?까지 야간스키가 가능했지만, 진눈깨비~이슬비가 내리는 날씨 덕에 취소됐다. 식사 후 바로 숙소로 복귀했다.

숙소로 복귀해서 방에 짐 풀고 샤워하고 쉬다가 저녁 먹었다. 그날 저녁은 같이온 가족 중 한 어머니 쉐프가 만든 Dal이라는 인도식 커리 야채 수프. 뜨끈해서 꽤 괜찮았다. 덤으로 마쿠스가 매운 고추를 따로 포장해와서 몇명이 시도해봤다. 한국 청양고추만큼 꽤 매웠다. 완통, 콘라드 등이 고추 먹고 눈이나 코를 만져서 저녁 먹는 내내 울었다. 특히 콘라드는 우리에게 전에 한국에서 전국일주를 한 경험담을 들려주는 중이었는데, 그러면서 고추 때문에 울었다. 우리는 옛날 생각나서 우냐고 놀림. 몰랐는데, 콘라드는 크로스컨트리, 마라톤 (3시간 완주), 수영 등을 즐기는 철인이었다. 식사 후 또 피곤해서 늦지 않게 잤다.

다음 날. 계란프라이, 베이컨, 빵 등으로 아침 먹고 출발했다. 목표는 전날 수업용 슬로프에서 연습했던 피자만들기를 실제 초중급자용 슬로프에서 해보기. 리프트 타고 정상에 올라가서 천천히 내려왔다. 여기서 춘휘는 엄청 넘어졌다. 실제 슬로프는 더 가파르고 표면이 울퉁불퉁해서 조금 다르다. 이건 익숙해지는 데 어렵지 않았으나, 문제는 휙휙 지나가는 사람들. 이거 신경쓰느라 춘휘는 중간중간 고개를 돌리거나 발이 주춤했고, 그대로 피자가 무너지면서 중심을 잃고 넘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덕분에 안전하게 넘어지는 데는 익숙해졌으나 대신 허벅지 군데군데에 멍이 크게 들었다. 2~3시간 쯤 걸려서 슬로프 1번 내려오는 데 만족해야 했다.

카페에서 빵과 따뜻한 음료로 재충전하고 수업들으러 갔다. 조금 더 긴 연습용 슬로프를 주로 이용했다. 새로 배운 건 방향 휙휙 바꾸는 기술을 더 연마하기, 그리고 턴한 후 횡이동 중에 피자 풀기. 첫 번째는 쉬웠다. 엄지에 힘주기만으로는 감속이 충분히 빠르지 않다면 몸 전체를 써서 누르면 된다. 두 번째는 조금 익숙해져야 했다. 턴한 후에 피자를 풀때와 그 후 횡이동 중에 중심이 무너지려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수업 후에는 초보자용 슬로프로 갔다. 슬로프를 오르기 위해서는 일반 리프트가 아닌 포마 리프트라는 것을 이용했다. 리프트가 오는 타이밍에 잘 낚아채서 다리에 끼우고 손으로 잡고 있으면+중심 잡고 서 있으면 알아서 언덕으로 끌어준다. 완통은 이 리프트 타는 것을 어려워했고, 몇 번 넘어졌다. 초보자용 코스 바로 옆에는 고수들이 점프대가 있는 슬로프에서 날아다니고 있었다. 시몬과 비투스를 여기서 봤다. 우리는 초보자 슬로프를 몇 번 타면서 피자 풀기를 연습한 후 숙소로 돌아갔다.

숙소 들어와서 잠깐 쉬었다가 바로 야간 스키 타러 춘휘랑 나갔다. 우리 둘 외에는 다 숙소에서 쉬었다. 야간 스키는 이날 아침에 탔던 초중급자용 슬로프에서만 열렸다. 우리는 여전히 휙휙 지나가는 사람들이 신경쓰였다. 나는 그사람들이 내 뒤에 있으니 알아서 피해가야지! 하면서 덜 신경썼지만, 춘휘는 그렇지 못했다. 덕분에 더 빠른 속력을 내지 못했다. 이걸 극복해야 빠른 속력에서 연습이 가능하고, 그래야 더 실력이 늘 텐데 하면서 안타까워했다. 그래도 천천히 가면서 방향 바꾸는 스킬을 잘 익혔다. 나는 이 야간스키 중에 뭔가를 느꼈다. 빠른 속력에서 피자를 만들고 턴을 해서 횡이동 중에는 피자를 유지하기가 힘들다는 걸 발견했다. 그래서 자연스레 피자를 풀게 됐고, 그러면 마찰이 덜한 상태에서 미끄러져 갔다. 그럼 다음 방향 바꾸기 전에 속력을 줄일 때와 턴할 때 더 큰 힘이 필요했다. 그래서 아이스스케이트의 하키스탑 비슷하게 두 발 모두를 동시에 진행방향과 수직으로 돌리면서 중심을 낮춰 빠르게 속력을 줄였다. 이때는 이게 잘 하는 건가 긴가민가 했다.

숙소로 돌아오니 이미 치즈퐁듀로 저녁 끝내고 술+수다 타임. 이날 쉐프 클레어가 우리를 위해 따로 치즈퐁듀를 다시 만들어줬다. 땡큐. 퐁듀용 불판을 사용했는데, 맨 위층와 불 사이에 다른 층이 있었다. 거기에는 붕어빵 틀 같이 생긴 거에 치즈와 햄을 접어 넣어서 치즈가 녹을 때까지 익힌다. 맨 위층에는 감자를 익힌다. 그리고 익힌 감자에 녹은 치즈와 햄을 얹어 먹으면 된다. 치즈 퐁듀라고 해서 느끼할까봐 걱정했지만, 감자가 있어서 꽤 괜찮았다. 먹고 잠깐 이야기 나누다가 피곤해서 샤워하고 잤다. 제이크 제의로 닌텐도 타임이 있을 뻔했지만, TV에 연결하는 본체를 집에 두고와서 무산됐다.

마지막 날 오전은 충분히 자고 일어나서 브런치를 먹었다. 가져온 너구리를 끓여먹었다. 완통은 신라면. 완통이 가져온 숙주나물 통조림?과 소시지를 넣어 먹었다. 간이 안 된 숙주나물이라 라면 맛이 죽지 않았다. 먹고서 짐을 차에 옮기고 다시 수업 들으러 갔다. 이번에는 연습용 슬로프가 아닌 어제 수업 끝나고 탔던 초보자용 슬로프에서 수업을 했다. 여기서 다시 깨달음을 얻었다. 내가 전날 야간스키에서 한 행동은 잘 한 행동이었다. 그 행동과 어제오늘 수업 모두 패러렐 턴을 하기 위한 과정인 것 같았다. 이 날 연습한 건 피자 풀고 횡이동하기에 더해서 횡이동 후 턴을 하기 위해 피자를 다시 만들 때 경사 위에 위치한 발을 들었다 놨다 하기. 두 발로 피자를 계속 유지하면 한 발에 쌓인 눈 때문에 마찰이 생겨서 주행이 어려워진다. 내가 느낀 “피자를 유지하기 힘들다"가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발을 들었다 놨다 할 때, 경사 아래 발은 스키의 양 날 중 경사 위쪽의 날에 무게중심을 더 둬서 마찰이 충분히 생기게 하는 게 좋다. 수업 중 슬로프를 여러 번 반복하면서 발 푸는 연습을 했다 (비슷한 팁 있는 영상). 나는 오른쪽으로 돌 때는 잘 됐지만, 왼쪽으로 도는 건 좀 더 어려웠다. 바셱 선생님은 사람에 따라 한쪽 턴이 더 쉬운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나는 왼쪽으로 돌 때 스키날의 중심이 자주 무너지는 걸 느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한 연습은 전에 춘휘랑 같이 본 한 영상에 나오는 8번째 팁, 사이드 슬리핑이다. 이 연습을 하면 각 발의 스키날을 좌우로 움직여 마찰을 내는 감각과 무게중심을 원하는 방향으로 이동하는 감각을 키울 수 있다. 이 감각을 키우면 스키날 컨트롤이 더 잘 돼니까 중심도 잘 잡을 수 있었다. 연습 후 마지막으로 초중급자용 슬로프를 선생님과 같이 내려오는 걸로 수업을 마무리했다. 춘휘도 선생님이 뒤에서 따라와주니까 더 안심이 됐다고 한다. 나도 그 다음부터는 먼저 가서 기다리는 게 아니라 뒤에서 천천히 따라 내려가줬다. 선생님 말로는 이 초중급자용 슬로프가 체코에서 가장 긴 슬로프라고 한다. 여기를 내려올 수 있게 됐으니 스키 처음타는 사람으로서는 성공적인 수업이라 생각했다. 춘휘는 사람 많으면 천천히 턴하면서 내려올 수 있게 됐고, 나는 둘째 날부터 패러럴 턴을 따라할 수 있게됐고 마지막날에는 더 숙련도를 높였다. 우리는 서로의 스키 배우는 속도를 비교하면서 내가 스노보드 탔던 게 스키 배우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결론내렸다. 나는 마지막으로 혼자 슝슝 내려오는 걸로 이번 스키 캠프를 마무리했다. 스피드가 빠르니까 다리가 훨씬 빨리 피곤해졌다.

올 때는 제이크의 스노보드 대신 스테파노를 태웠다. 왠지 모르지만 엄청 빨리 달렸다. 가끔은 민원이 키만큼 속도 낸 듯. 집에 와서 우리는 이틀 반동안 혼자 있던 모찌를 위로해줬다.

스키보다는 스노보드가 나한테는 더 쉽고 재밌었다. 스노보드가 발이 더 자유롭지 않고 무게중심을 좌우가 아닌 앞뒤로 움직여야 하기 때문인 듯? 물론 내가 뒤로 무게중심 옮기는 게 익숙하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다.

몇 가지 기억나는 스키 배운 순서 + 팁

  • 평지에서, 언덕에서 스키 신는 법 - 걷는 법 - 피자 만들기 - 감튀 만들기 - 패러렐 턴
  • 스키 신기: 경사와 수직방향으로 놓고 신기 + 경사 아래 발 먼저 신기
  • 걷기: 거꾸로 된 피자.
  • 피자 = A자. 속도 줄이기.
    • 하체: 무릎 굽혀 중심 낮추기. 엄지에 힘 주기 혹은 몸 전체로 눌러서 더 빨리 감속하기.
    • 상체: 경사 아래를 잘 보기. 속도에 따라서 세울 수도 있고 약간 앞으로 굽힐 수도 있다. 경직되지는 말기.
    • 하체 중심 옮길 때 상체도 같이 좌우로 움직이지 않기.
  • 감튀 (= 11자) & 페러렐 턴
    • 날 방향+무게중심 이동 연습 필요할 수도 (사이드 슬리핑)
    • 피자 –> 턴 –> 위쪽 발 마찰 풀기 –> 감튀
    • 피자~감튀가 자연스러워지면 턴 다 하기 전에 감튀 완성 –> 두 발로도 브레이크 가능 (하키브레이크)
  • **스키 스틱은 쓰지 않았다.

그 외…

  • 연구소에 텐트. 빨간 의자들을 위에 텐트를 씌웠다.
  • BGC New year reception. 새해 맞이 행사. 아카펠라팀의 공연이 있었다. 굳.
  • 해물파스타. 낫배드.
  • 돼지갈비 찜을 하려다가 고압력 냄비 사용 + 뚜껑 덮고 끓여서 국물이 너무 많아졌다. 맛은 좋음.
  • 춘휘가 만든 초코 머핀. 역시 초콜릿은 넣지 않았고, 대신 내가 가진 초코 시리얼을 넣었다. 꽤 잘한 선택.
  • 스키장에 자기도 데려가 달라는? 모찌

다음 주는…

  • Write draft of the 2nd study
  • 출국 준비
  • 저녁@혜인씨네
  • 중국으로 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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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ontaek Lee
WRITTEN BY
Hoontaek Lee
Tree-Forest-Climate Researc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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