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Jena: Week 210 (크로아티아 여행)

· ☕ 11 min read · ✍️ Hoontaek Lee

이번 주는…

  • 크로아티아 여행

여행 일정: 출발 전에 골자만 정해놓고, 날씨나 선호도에 따라 다음 날 일정을 확정했다. 덕분에 이번에도 춘휘는 차 안에서 신나게 검색을 해야 했다.

09월 05일: 모찌 혜인 씨 집에 맡겨놓기

09월 06일: 출국, 자다르 구경, 호수공원 근처 호텔에서 숙박

09월 07일: 플리트비체 호수공원 구경, 브로다리카에서 캠핑

09월 08일: 오전 스플리트 올드타운 구경, 오후에 브라크 섬 북쪽으로 배타고 이동. 브라크섬 남쪽으로 운전해서 이동. 경치 구경, 수영, 캠핑

09월 09일: 브라크섬 올리브 오일 박물관 구경, 크로아티아 본토로 배타고 이동, 해질녘 풍경 구경, 마카스카 호텔에서 숙박

09월 10일: 마카스카 뒷산 하이킹, 누갈 해변, 프라프라트노에서 캠핑

09월 11일: 밀젯 호수 공원 구경, 프라프라트노 캠핑장으로 복귀

09월 12일: 두브로브니크 구경, 프라프라트노 근처 호텔에서 숙박

09월 13일: 코쿨라 섬 올드타운 구경, 자다르 근처 비오그라드에서 숙박

09월 14일: 뉘렘베르크로 날아온 후 점심 식사, 예나로 복귀

09월 15일: 모찌 데려오기

길냥이, 와인&올리브&무화과, 지중해 바다&호수, 상아색 돌벽+붉은 지붕, 깎아지른 돌산&협곡. 이런 것들이 기억에 남는다.

올리브 오일 박물관, 해질녘 풍경 구경, 마카스카

캠핑장에서 아침을 먹고 북쪽으로 출발했다. 오늘은 비바람이 부는 날씨라서 수영은 관두고, 대신 올리브 오일 박물관 구경 후 본토로 넘어가기로 했다.

올리브 오일 박물관은 한 민가에서 운영하는 작은 곳이다. 전대부터 올리브 오일을 생산하던 곳인데, 손님들에게 생산 과정을 짧게 소개해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는 영어로 진행되는 그룹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선별한 올리브를 먼저 빻고, 돼지가죽? 염소가죽?으로 만든 주머니에 넣은 후 가장 힘 쎈 두명이 같이 기구를 돌려서 기름? 즙?을 짜내는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 나무기둥이 파인 것을 보면 아주 힘든 과정일 것 같았다. 한 가지 꿀팁을 얻었다. 좋은 올리브 오일은 공기와 같이 삼켰을 때 목 깊숙한 곳에서 매운 맛이 난다고 한다. 프로그램 마친 후, 바게뜨, 올리브 오일, 과일 잼으로 간단히 점심을 해결했다. 기념품으로 올리브 오일 작은 병 두 병, 무화과 잼 작은 병 한 병을 샀다. 올리브 오일 한 병은 예나에서 좋은 올리브 오일을 찾아 해매던 그리스 친구 조지에게 줄 거고, 나머지는 혜인 씨에게 줄 예정.

날씨가 안 좋아서 배편 하나가 취소된 듯하다. 다음 배편까지 한 시간 정도 근처 해변에서 쉬었다.

본토로 이동 후, 해변을 따라 동남쪽으로 이동했다. 가는 길에 본 오미스라는 동네가 하이킹하기 좋아 보였다. 원래 브렐다에서 해질녘을 볼 생각이었지만, 시간이 조금 늦어서 근처 적당한 해변을 찾았다. 근처 적당한 해변에서 찍어도 사진이 아주 잘 나온다.

그리고 마카스카의 한 호텔에 도착했다. 짐을 풀고 시내에서 저녁을 먹고 구경 조금하고 돌아왔다. 마카스카는 시내 뷰도 좋고 주변에 할 것도 있어 보이면서, 상대적으로 사람이 적어서 그리 불편하지도 않았다. 들렀던 도시 중에서는 만족도가 높은 편. 저녁으로는 타이 음식을 먹었다. 파인애플 볶음밥이랑 똠냥꿍. 오랜만의 아시아 음식이라 그런지 더 맛있었다.

마카스카 하이킹, 누갈 해변

마카스카를 떠나기 전에 뒷산에 들러 하이킹을 했다. 바위산이고, 경사가 대체로 30도 정도로 아주 급하다. 저 위에 보이는 절벽 위 소나무까지 가본 후 내려왔다.

오후에는 마카스카에서 남동쪽으로 조금 떨어져 있는 누갈 해변에 가서 수영을 했다. 해변까지 약 20분 정도 걸어가야 한다. 그럼에도 사람이 아주 많았다. 수긍이 된다. 크로아티아에서 들렀던 해변 중 가장 좋았다. 나는 체온이 금방 떨어져서 실외에서 오래 수영하기 힘들지만, 그래도 할 만큼 하고 해변에서 쉬었다.

프라프라트노의 대형 캠핑장에서 캠핑했다. 다음날 갈 밀젯 섬으로 차를 타고 갈 수 있는 유일한 배편이 있는 곳이다. 대형 캠핑장이지만, 다른 크로아티아 캠핑장처럼 캠핑카 고객 위주라서 취사 공간이 따로 없었다. 가로등 아래에서 버섯+소세지를 넣은 토마토소스 파스타를 만들어 먹었다. 아기 고양이가 근처에서 사냥을 했다.

밀젯

내 일정 기획이 너무 완벽해서 조금(?) 고생한 날이다.

아침 일찍 프라프라트노 항구에서 배를 타고 밀젯 섬으로 갔다. 섬 서쪽에 있는 국립공원에 가려 했는데, 전날 버스가 있는 것을 확인하고 배는 캠핑장에 두고 왔다. 하지만 버스가 없었다. 실제 노선이 다르게 운행되고 있었다. 차선책으로 스쿠터를 빌려서 타고 가기로 했다. 렌트카 사무실 영업 시간이 9시라서 좀 기다려야 했다. 기다리는 동안 항구에 있는 카페에서 좀 쉬고, 렌트카 사무실 근처를 맴도는 고양이 두 마리를 구경했다. 그 중 한 마리의 엉덩이를 너무 토닥거려서 손목을 공격당했다. 손톱이 꽤 날카로웠다. …마침내 렌트카 직원이 출근했다. 결제까지 마치고 스쿠터를 인계 받으려는 차, 직원이 타 본 적 있냐며 자연스레 물었다. 나는 당당하게 이번이 처음이라고 대답했다. 직원은 난색을 표하며 빌려주기를 거절했다. 섬 도로가 언덕이 많아서 운전하기 위험하고, 보험 처리도 안 된다고 한다. 나랑 춘휘는 당황했다. 나는 친구에게 자전거랑 별 다를 거 없다고 들어서 경험이 없다고 해도 그냥 그 자리에서 바로 배울 수 있을 줄 알았다. 춘휘는 몇 번 경험이 있었지만 오래 전이었고, 경험이 있다면 직접 시동 걸어서 타보라고 직원이 요구했지만 이곳 스쿠터가 춘휘가 타봤던 거랑 조금 달라서 시동도 걸지 못했다. 결국 스쿠터 빌리는 건 포기하고, 국립공원과 가까운 섬 서쪽의 작은 마을 폴라체로 가는 배편을 기다렸다. 폴라체에서 전기자전거 타고 국립공원에 갈 수 있다. 이 모든 일이 우리가 차를 두고오지 않았다면 없었을 문제였지만, 그래도 덕분에 전기자전거 타고 다닐 수 있게 됐으니 그걸로 됐다.

폴라체에서 전기자전거를 빌려서 국립공원까지 달렸다. 국립공원에는 큰 호수 몇 개가 있고, 그 주위로 걷거나 자전거를 타며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호수 가운데 작은 섬이 하나 있는데, 거기로 가는 보트도 있었다. 국립공원 도착해서 일단 점심을 먹고, 보트 타고 그 섬에 들렀다 온 후, 마저 한 바퀴 돌고 폴라체로 돌아오기로 했다.

시간이 많지 않아 전기자전거로만 휙 돌아보고 왔다. 느긋게 쉬는 여행을 원하면 하루정도 머물러도 괜찮을 법했다. 하이킹 코스도 조금 있었고, 호수에서 수영하는 것도 가능했다. 물론 아직 우리의 여행은 그렇게 느긋하지 못하다. 공원 서쪽에 있는 포메나라는 마을을 잠깐 스치며 구경하고, 폴라체로 돌아가서 미리 예약한 택시를 기다렸다. 택시 타고 소브라 항구로 갈 예정. 택시 기사는 밀젯이 고향인 여자친구를 따라 섬에 들어와 산 지 6년 된 남자였다. 택시기사는 길에 야생 동물이 많다고 했다. 낮에는 주로 사슴이나 염소가 출현하고, 멧돼지는 늦은 밤이나 새벽에나 볼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가는 길에 염소 몇 마리를 봤다. 그러면서도 택시기사 혹은 현지인이라 그런지 야생동물이 나올 법한 꼬불꼬불한 언덕 길을 수동 기어 자동차로 빠르게 달리면서도 쉴 새 없이 말을 했다. 자기 이야기도 했고, 섬 생태 이야기도 하고. 남자는 낚시나 농사를 짓지만 택시 운전도 하고… 삶이 다채로웠다. 섬 생태 이야기는 특히 흥미로웠다. 어류와 관련된 지구 온난화 이야기를 해줬다. 칼라마리 (오징어 종류?)는 꽤 많아서 아무 할아버지도 눈 감고 잡을 정도라고 한다. 다만 수온이 따뜻해지면서 홍합 개체수가 많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문어는 잡기가 더 더욱 어려워졌고.

…그렇게 30분이 슉 지났고, 항구에 도착했다. 캠핑장에서 저녁을 만들어먹고 쉬었다. 메뉴는 라면+버섯 볶음.

두브로브니크

두브로브니크를 구경했다. 크로아티아 식 상아색 돌+붉은 지붕의 건물이 다닥다닥 해안 마을을 이루고, 마을을 둘러싸는 성벽이 있다. 성벽을 따라 걸으면서 마을을 높은 곳에서 구경할 수 있고, 성벽 둘레길 중간에는 작은 박물관도 몇 개 있다. 생긴 걸 보니 그 전부터 관광지로 유명했을 것 같지만, 왕좌의 게임 킹스랜드 촬영지로도 더욱 유명한 것 같다. 보이는 관광 가이드마다 해당 장소가 왕좌의 게임에 나온 장면을 찍어 모은 책을 펼쳐보이며 설명을 하는 게 자주 보였다. 예쁜 장소인 만큼 찾는 사람도 많다. 춘휘 피셜 중국 관광지 만큼 사람이 많다고 한다. 하지만 내 생각에 두브로브니크에는 아직 이 많은 관광객을 수용할 인프라가 잘 갖춰지지 않았다. 특히 교통. 길이 좁고 장소가 널직하지 않아서 그런지 마을 주변에 주차할 곳이 거의 없다. 우리도 멀찍이 차를 대고, 버스 10분 정도 타고 올드타운에 도착했다. 이런 불쾌함이 있지만 그래도 한 번은 와볼만한 곳이다.

올드타운에 도착해서 일단 조금 걸으며 구경을 하고, 맛있어 보이는 빵으로 살짝 배를 채웠다. 세르세이가 벌칙으로 걸었던 길은 이미 유명 관광지가 돼 있었다. 오후에 카누(?)를 타고 근처로 나가서 스노클링하고 돌아오는 3시간 정도 프로그램을 예약해뒀다. 하지만 점점 날씨가 흐려졌다. 바람이 준 태풍 정도로 강하게 불고, 비도 가끔씩 왔다. 긴가민가하면서도 취소 소식을 듣지 못한 우리는 일단 배 빌리는 곳에 갔지만, 사람이 없었다. 다시 연락해보니, 이 날씨에 카누를 탈 수는 없다고 한다 (역시). 깔끔하게 환불 받고, 우리는 오후 동안 시내를 더 구경하기로 했다. 성벽길을 따라 돌면서 경치 구경하고, 작은 미술 박물관과 해양역사 박물관도 들렀다. 둘레길을 끝내려는 즈음 갑자기 비바람이 강하게 불어서, 한 성루 안에 들어가서 비를 피하기도 했다.

구경을 마치고 차를 댄 곳 근처의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었다. 이곳 뇨끼는 이상하게 덜 기름지고 맛있다. 디저트로 시킨 라바 케잌을 갖고 놀면서 먹기도 했다. 위 아래로 구멍을 뚫으니 초콜릿이 흐르는 길을 볼 수 있었다.

이제 남은 일정 동안은 공항을 향해 북쪽으로 간다. 시간이 늦었고 날씨도 안 좋아서 캠핑 대신 호텔이나 민박집을 알아봤다. 전에 묵었던 프라프라트노 캠핑장 근처 조용한 민박집에서 묵었다. 가격이 아주 저렴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에 비하면 거실까지 있는 꽤 좋은 방이었다. 우리가 묵은 곳은 별채의 2층인 듯했는데, 1층에서는 와인을 생산하는 곳이었다. 주인장은 우리에게 직접 생산한 와인 한 병을 무료로 제공해줬다. 맛이 꽤 깔끔했다.

코쿨라

자다르 공항에 돌아가기 전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코쿨라 섬. 섬을 돌아볼 시간은 없었고, 항구가 있는 올드타운만 둘러보고 본토로 돌아왔다.

날씨가 우중충하고 가끔 비가 왔지만, 다행히 전날처럼 거세지는 않았다. 코쿨라 올드타운은 계획 하에 설계된 거북이 등딱지 모양의 작은 마을이다. 마르코 폴로가 이곳 출생이라고 홍보를 하며 박물관까지 지어 놨지만, 이탈리아 출생이라는 주장도 있기 때문에 굳이 관심 두지는 않았다. 마을 역사를 소개하는 작은 박물관이 있어서 둘러봤다. 알게된 사실 중 하나는 코쿨라 섬의 주인이 많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리스, 로마, 베네치아, 세르비아, 유고슬라비아,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그런 것 치고는 전쟁이 일어났었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다른 신기한 사실은 화장실이 주방에(도?) 있다는 것. 푸세식 오물처리 구멍이 주방에 있다. 여기에 음식물 쓰레기도 버리고, 볼 일도 봤다고 한다. 오물은 모두 바다로 버리는 시스템.

구경 후 본토로 돌아왔다. 자다르 공항에서 30분정도 떨어진 곳의 민박집을 예약했다. 가는 길에 들른 휴게소에서 길냥이 무리를 만났다.

민박집 주인 아저씨는 우리를 맞이하며 레드 와인을 권하는 듯했다. 아저씨 영어가 짧아서 확실치 않았다. 나는 굳이 요청하지 않았다. 민박집에도 어김없이 고양이가 있었다. 4마리를 키운다고 했는데, 그 중 두 마리만 밖에 돌아다녔다. 그 중 검은 놈은 내가 본 고양이 중 가장 컸다. 모찌 살 빠지기 전보다 10%는 크고 20%는 무거워보였다. 이 검은 놈은 집에 안 들어가고 우리가 묵을 방에서 어슬렁대더니, 결국 주인 아저씨는 문을 닫아버렸다. 우리는 고양이 화장실 없이 방에 묵게 할 수 없어서 역시 문을 닫았다. (…)

짐을 풀고나서 밥도 먹을 겸 비오그라드 시내를 잠깐 구경했다. 조용한 해안 마을이었다. 식당 종업원은 일한 지 얼마 안 된 듯했다. 서빙할 때 우리 식탁에 나이프(?)를 안 놓는 실수를 했는데, 덕분에 선임한테 꾸중을 들었다. 상관 없는데 괜히 미안해졌다. 아무튼 맛있게 잘 먹고 나왔다. 춘휘가 시킨 문어 샐러드는 고봉으로 쌓여 있길래 아래는 뭔가 다른 것으로 채웠을 것 같았지만, 전부 문어였다. 가성비 갑.

뉘렘베르크

점심 비행기를 타기 위해 아침에 출발했다. 공항 가는 길에 춘휘가 자기 여권이 없는 걸 알아챈 덕분에 내가 전날 춘휘 여권을 식탁 위 종이 밑에 숨겨(?)둔 것을 기억해냈다. 나름 누가 못 훔쳐가게 숨겨놨던 거다. 부랴부랴 돌아가서 춘휘 여권 챙겨왔다. 이래서 비행기 타는 날은 여유롭게 출발해야 한다.

독일 뉘렘베르크로 날아왔다. 우리가 출발했을 때보다 거의 10도 가량 기온이 떨어져있었다. 나는 겉옷을 챙기지 않았기 때문에, 급한대로 수건을 두르고 다녔다. 춘휘는 노숙자 같다며 종일 놀렸다. 우리는 살짝 늦은 점심을 여기서 해결하고 예나로 돌아가기로 했다.

뉘렘베르크 온 건 세 번째지만 시내를 둘러보는 건 처음이었다. 처음은 독일 남부여행 후 복귀 중에 식당에 들렀었고, 두 번째는 크로아티아 갈 때. 인상이 꽤 좋았다. 라이프치히만큼 큰 도시고, 건물이나 거리가 깔끔하고, 인프라가 잘 돼있고, 갈만한 식당도 꽤 있다. 이번에도 역시 중국 식당. 국수집에 갔다. 맛있게 먹고, 기차역 가는 길에 밀크티 한 잔 마셨다.

예나 돌아와서 바로 모찌를 데려오지는 않았다. 일단 청소를 좀 하고, 다음 날 모찌를 데려왔다.

모찌

믿음직한 혜인 씨가 이번에도 모찌를 잘 돌봐줬다. 모찌는 매번 거기서 잘 지내는 것 같다. 굳. 혜인 씨가 찍어주는 모찌 사진 역시 언제나 좋다.

다음 주는…

  • 일상 복귀, 보드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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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ontaek Lee
WRITTEN BY
Hoontaek Lee
Tree-Forest-Climate Researc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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