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도끼다

· ☕ 4 min read · ✍️ HoonTaek Lee

천의 무봉의 극한 - 독서의 극의

이 책을 처음 접한 건, 독서를 어떻게 해야하는 지에 대해서 써 놓은 글을 찾고 있을 때였다.
당시 발견한 책 중 무엇을 읽을 지 고민했던 두 권의 책이 있었다 (둘 다 읽기는 싫었나보다).
하나는 다치바나 다카시의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 그리고 다른 하나가 박웅현의 <책은 도끼다> 이다.

두 책에 대한 정보는 간략했다. 다치바나 다카시는 많이 읽는 것에 중점을 둔 반면, 박웅현은 권 수를 따지지 않고 한 문장 한 문장 깊게 읽고 감동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다. 그 때 나는 다치바나 다카시의 책을 선택했다. 한 문장 한 문장 철저히 읽는다는 것과 ‘도끼’, 그리고 책 표지의 이미지가 어우러져서 매우 딱딱하고 골치아픈, 처절한 독서가 될 것 같다는 기분 때문이었다.

그렇게 읽게 된 다치바나의 책은 아쉽게도 별 다른 감동이 없었다. 직접 디자인한 고양이 형상의 건물이 신기했을 뿐이다. 공간을 효율적으로 나눠 최대한 많은 책을 넣을 뿐만 아니라 분야별로, 용도별 구분까지 고려하여 동선을 줄이고 빠르게 책을 찾을 수 있다는 것에 감탄했을 뿐이다. 독서법에 대해서는 큰 감동이 없었다.

그러고 몇 년 후에 다시 이 책을 접했다. 네이버 포스트의 어떤 글에서 봤는데, 책 내용을 직접 인용해 놓았었다. 문장을 읽고서 기존의 “딱딱한” 이미지가 단숨에 없어졌다. 마침 읽을 책이 필요하던 터라 머지 않아 서점에 갔다. 책 목차를 보니 <안나 카레니나>에 대한 소개가 있었다. 내가 가장 재미있게 읽은 책 중 하나기 때문에 어떻게 소개 할 지가 매우 궁금하여 더욱 읽고 싶어졌다. 게다가 운 좋게도 100쇄 기념 양장판으로 구매 할 수 있었다. 양장판이라 그런지 책을 펴면 흰 종이가 더욱 쫙 펴져서 잘 눌리는 느낌이 들었다. 종이도 가벼운 종류가 아니어서 붕 뜨는 것이 없었다. 쫙쫙 잘 펴지니 읽는 데 집중이 잘 됐다.

탐정 만화에서 주인공이 무언가 깨달았을 때 한 줄기 섬광이 관자놀이를 스쳐가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내 관자놀이가 여러 번 공격당했다. 그러나 그 깨달음이 무엇이었는지 정리가 되지 않아서 나답지 않게 책을 빠르게 두 번 더 훑어 봤다. 조금이나마 더 정리한 결과로 두 가지를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바로 책 읽는 방법과 들여다보기의 중요성이다.

이 책은 박웅현이 ‘책 들여다보기'라는 주제로 한 강의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부수적 목표로 자신이 소개한 책을 수강생과 독자들이 구매하(고 싶)게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천명하고 나니 ‘직업병이다’, ‘광고인이라서 한 문장 한 문장을 중요하게 봤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괜히 심술이 나서 ‘난 넘어가지 않겠다'는 생각도 햇다. 결과적으로 책 소개를 너무 잘 해놔서 ‘내가 이 책을 사도 이 사람처럼 재미있게 읽을 수는 없을 거야'라며 읽고 싶은 책 리스트를 줄여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박웅현이 책을 들여다 볼 때 사용한 방법을 다른 일에도 적용 할 수 있다. 먼저 가장 쉬운 예로 내 눈에 보이는 물건, 사람, 풍경을 볼 때 ‘견문'의 자세를 갖는 것이다. 사실 이런 태도를 가진다고 해서 어느 것을 볼 때마다 감동받는 것은 아니지만, 무심히 바라 볼 때 보다야 훨씬 낫다.

인간 관계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이 책에서 가까이 있는 것, 어제 무심히 보고 지나쳤던 매일 보는 바로 그 풍경이 태도를 바꾸는 것을 통해서 다르게 보이는 것을 소개한 부분이 있다. 이것에서 나는 내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기는 것을 생각했다. 한 번 친해지고 매일 서로의 그 자리에서 교류가 반복되면 조금은 그 사람에게 소홀해지기 마련이다. 내 사람을 떠난 신경이 새로운 사람에게 향할 때면 새로운 사람을 신경 쓰느라 내 사람이 서운해 할 수 있는 말이나 행동을 하기가 쉬워진다. 내가 몇 번이나 그랬던 것처럼. 그래서 다시 내 주변 사람을 들여다봄으로써 그 사람이 나에게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깨닫고, 내가 어떻게 행동해야 내 사람이 서운치 않고 새로운 사람도 챙길 수 있을지를 고민하게 된다.

제목 저자 출판사 출간 완독
책은 도끼다 박웅현 북하우스 1 2011. 10. 2017.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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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ontaek Lee
WRITTEN BY
HoonTaek Lee
Tree-Forest-Climate Researc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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